시산제란전국에 산재한 대부분의 산악회에서는 새해가 되면 1월초에서 2월초에 이르는 기간에 한 해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올리거나 산악회 창립기념일을 전후해서는 창립기념산제를 올린다. 그런데 연륜이 짧은 산악회에서는 시산제 시즌만 다가오면 어디서 시산제를 올려야 하며 제문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몰라 난처해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산악회에 제례에 밝은 나이 지긋한 산악인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간단히 해결되지만,그렇지 못할 때에는 다른 산악회의 시산제에 참석해시산제를 지내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시산제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젊은 산악인들은 시산제의 형식과 절차 등을 자세히 알지 못해서 시산제를 적당히 지내기도 하지만 등산을 취미로 삼고 자주 등산을 한다면 시산제의 형식과 절차 등을 확실하게 배워 격식에 맞는 산제를 제대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래 제례란 고장과 가문에 따라 제수, 축문, 절차, 참가범위 등이 모두 다르다. 하물며 21세기인 요즈음 개성이 강한 산악인들이 모인 산악회의 시산제가 모두 같을 수는 없다.허나 유교식 제례순서인 강신(降神), 참신(參神), 초헌(初獻), 독축(讀祝), 아헌(亞獻), 종헌(終獻), 음복(飮福)으로 이어지는 대원칙은 어떤 산제에서든 철저하게 지켜져 내려오고 있다. 산제의 제수는 돼지머리와 북어, 시루떡, 3가지 색 이상의 과일, 초 2자루와 향, 술 등이 기본이다. 음식은 원래 우리 것이 아닌 것을 올릴 수도 있으나 술만큼은 반드시 탁주를 써야 한다. 소주가 휴대하기에 편하다고 편법으로 소주를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소주를 쓰는 산제는 올리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 연로한 산악인들의 지적이다. 또 최근 산제에 양주나 포도주 등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무지는 피해야 하는 것이 산악인의 상식이다. 최근의 산제는 일종의 축제이므로 남녀노소가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산보다는 낮은 산을 택하며, 매년 같은 장소에서 지내는 산악회도 있다. 제를 올리는 시간은 인원이 많으면 먼저 산행을 끝내고 산제를 올리며, 인원이 적을 때는 산제부터 올리고 산에 오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요즈음 각 산에서 열리는 산제를 보면, 대부분의 회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산제에 참가하고 있는데 그 옆에서 웃고 떠드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추태를 방지하기 위해 산제장소 주변에 통제요원을 배치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인 산제의 순서를 살펴보자. 먼저 국민의례가 끝나면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우수산악인표창, 격려사, 결산보고나 공지사항 등이 삽입된다. 이러한 순서가 끝나면 산제로 들어간다. 산제도 가정의 제례와 같이 강신에서부터 시작된다. 초혼관이 된 산악인이 산신에게 산제를 지내게 된 연유를 고하고 지상으로 내려오게 한다. "xx산신님 인간세계로 오십시오" 초혼관이 허공에 손짓을 해가며 산신을 모셔오는 시늉을 할 때 산제 참가자들은 탈모하고 옷깃을 여미는 등 예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런 순서가 참신이다. 참신 다음에는 초헌이다. 산신에게 첫 잔을 올리는 이 순서는 대개 제주가 하며 술은 한 잔 올리며 절은 두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헌 다음에는 독축이다. 이때 제주는 먼저 지난 한 해동안 사고 없이 산에 다닌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시하고올해도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등 소망사항 등을 고한다. 회원이 적은 산악회는 제주가 초헌만 하면 그런대로 격식이 갖춰진 셈이지만 회원이 많은 단체에서는 두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이나 마지막으로 잔을 올리는 종헌도 중요하게 여긴다. 독축 뒤에는 아헌이다. 이 순서는 대개 부회장이나 열성회원, 유공회원, 고령회원이나 이에 준하는 회원, 초청인사들이 맡고 있다. 종헌은 한 해 산행의 개근회원이나 최연소자가 맡는 경우도 있다. 종헌 후 산제참가자 중 절을 하고 싶은 회원이 있으면 누구라도 잔을 올리고 예를 표하는데 이 순서가 헌작이다. 헌작 뒤 제수를 나누어 먹는 음복을 마지막으로 산제는 끝난다. 산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문이다. 현재 각 산악회에서 사용하는 제문은 한글로 쓴 현대식, 한글과 한문을 혼용한 절충식, 한문으로만 쓴 유교식 등이 있다. 제문에는 산제 시기와 장소, 자연에 대한 감사, 산악인의 소망, 제주가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이 들어간다. 그리고 제문은 대개 한지에 종서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횡서로도 쓰고 산악회에 따라서는 컴퓨터로 작성한 제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등산중앙연합회 소속 K산악회는 현대식 제문을 사용하고 있다. '한배검 나라 세우신지 사천삼백삼십삼년 OO날. XX산 아래 배달 아들 딸 모여 작은 정성 모두옵고 산신님께 엎드려 비나이다. 뭇 산의 어머니시여! 당신의 가이 없는 지혜와 자비와 힘을 구부려 한마음으로 기리나이다(중략).산신님 굽어보시는 하늘 아래 봄빛 어리고 누리에 바람차니 햇살 가득 하오이다. 작은 정성 거두시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들거나 나거나 저희 얼과 몸을 부디부디 봄날의 햇살처럼 감싸 보살펴 주소서! 한배검 나라 세우신지 사천삼백삼십삼년 OO날.' 산악인이며 서예가인 정필선씨는 절충식의 제문이 산제의 제문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그가 지은 제문은 다음과 같다. 앞부분은 '維歲次 OO年 X月 X日 X時 OO山岳會 山祭祭主 OOO顯 OO山神' 중간부분은 한글로 자연과 산신에 대한 감사, 그동안 산악회의 활동과 앞으로의 활동상황 등이 들어가며, 마지막으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순으 따르니 드시옵소서'라는 의미의 謹以淸酌 庶羞恭伸 尊獻尙饗으로 끝난다. 인수산악회는 유교식의 한문 제문을 쓰고 있다. '維歲次 OO年 X月 X日 朔 XX山岳會 OO會長 敢昭告于 土地之神 OO山岳會 會員一同 合心恭修歲事于 OO道 XX面 XX山 山神 惟時保佑無事山行 日就月長實賴神伏敢以 酒餠脯果敬伸尊獻尙饗' 내용은 'OO년 X월 X일 XX산악회 회장 OOO은 XX토지신께 고합니다. 산악회 회원 일동은 합심하여 OO도 XX면의 산신께 제를 올리니 굽어살피셔서 올해도 무사하게 등산하게 도와주십시오. 여기 술, 떡, 포, 과일 등을 준비했으니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소개한 세 가지의 제문은 제문 형식을 그런대로 갖추었다. 제문을 마련하지 못한 새로 생긴 산악회는 이 제문 중 하나를 택해도 되고 약간 변형시켜서 써도 좋다.요즈음의 산제는 일종의 축제 성격도 있으므로 오래된 산악회라도 새 제문으로 산제를 지내면 회원 단합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자료출처 : 월간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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